[뉴웨이브] 의약품 가격과 연구개발의 상관관계( 아시아경제,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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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08 09:23 조회5,813회 댓글0건본문
최근 미국은 의약품 가격의 과중한 부담을 인식한 듯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약기업이 TV 광고 시 의약품 가격을 고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고 미 의회는 의약품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최저가 공개법과 환자가 의약품 가격을 알 권리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미 산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논문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책정할 때 고려되는 공공정책은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최소 3가지의 의약품 가격의 절충안을 제시한다. 첫째로 정책 입안자들은 인프라, 교육 및 소득 지원과 같은 사회적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의료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때의 이점을 평가해야 한다. 둘째로 의료 분야에서 치료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의료 서비스와 의약품 지출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환자와 미래의 환자 각각의 요구 사항 중에 선택해야 한다.
논문을 작성한 조지프 케네디 박사는 의약품 가격은 단기적 경제성과 장기적 혁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가격이 낮으면 의약품 구매를 원활하게 하지만 제약회사의 수익을 희생한다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높은 의약품 가격은 기업의 수익을 증가시키지만 많은 환자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현행 의약품 가격 규제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하되 의약품 가격의 지나친 통제는 미래의 장기적인 복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케네디 박사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 당국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바탕으로 의약품 승인 과정을 지속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공공정책의 목표인 적절한 혁신의 보상과 가격을 사회적 이익과 연계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시장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구성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국가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에 의하면 2010년 28.1%인 노인 의료비 비중이 2026년에는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의 의약품 공공정책 일부 변화에도 신약 개발의 혁신성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공공정책 환경과 우리나라의 의약품 가격 규제 강도 차원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이후 보험급여 등재 전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 가중평균가, 위험 분담제 등과 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통해 의약품 가격 인하 기전을 마련했으며 등재 이후에는 적응증 추가(최대 5% 인하), 사용량 연동제(최대 10%)와 특허권 만료 후 가격 조정(최초 등재 가격의 53.55%)을 통해 인하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의약품 가격 규제는 이해가 갈 수 있지만 과도하게 낮은 신약 가격 책정은 신약 개발의 혁신적인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 국내 기업은 국내를 발판으로 신약을 개발해 진출 위험 부담이 있는 글로벌시장에 접근해 확장해나가기보다는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신약을 개발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한국에서 최초로 허가되면 의약품 가격의 참조국이 돼 혁신의 가치인 신약의 가격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약가 정책도 미국에서 고민하고 있듯이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업이 더욱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와 고민이 필요할 때 아닌가 생각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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