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에서 코로나 19의 백신을 승인했다는 깜작 보도로 백신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마치 냉전 시대의 우주 전쟁을 방불케 하듯이 구소련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인 “스푸트니크 V”라고 명명하고 있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과열 양상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딸에게 투약하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임상 3상을 실시하지 않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는 전 세계 비상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치료제와 백신일 것이다.
코로나 19는 박쥐 유래 유사 코로나바이러스(Bat SARS-like coronavirus isolate bat-SL-CoVZC45)와 가장 높은 상동성(89.1%)을 보였으며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는 가장 낮은 상동성(39%~43%)을 지닌 것으로 확인(메르스와는 50%, 사스와는 77.5%의 상동성을 확인)되고 있으며 MERS-CoV, SARS-CoV와 마찬가지로 COVID-19 역시 베타코로나바이러스(betacoronavirus)에 속하며 자연 숙주로서 박쥐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는 변종이 지속적으로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S, V, G 등 크게 3개 계통으로 분류되는데 S와 V형은 올해 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당시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견됐고 G형은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유행하고 있으며, G와 GR, GH형으로 세분화된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진자 바이러스 526건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결과 333건이 ‘GH’로 분류돼 GH는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유행하는 변종으로 기존보다 6배 전염력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WTO에 의하면 현재 해외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후보물질의 수는 26개로 보고하고 있으며 이 중 임상 3상에 진입한 물질은 6종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WHO(7.31) 기준으로 지금까지 중국의 시노팜이 사백신으로 3건,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총 6건이 임상 3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전임상 단계는 총 139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서 치료제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과 신물질 신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길리어드의 기존 에볼라치료제로 신약재창출 개발중이던 ‘렘데시비르’는 미국 FDA로부터 지난 5월 1일 코로나 19 치료제 긴급승인됐고, 우리나라도 해외 의약품 특례수입 승인(‘20.6.4) 이후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중에 있다.
이외에도 신약재창출을 통해 기존의 나파모스타트(급성 취장염),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 약물)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초기에 기대를 모았던 하이드록시 클로로퀸(말라리아치료제), 칼레트라(에이즈치료제) 임상시험 결과 유의성이 기대에 못 미쳐 탈락됐다. 신약재창출 이외에 신약의 치료제도 최근 임상 3상에 진입하게 됐다. 릴리사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장기 요양원의 거주자 및 직원 24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시작(‘2020’8.4)했다.
국내는 식약처의 임상승인 현황(‘20.8.11)에 따르면, 코로나 19치료제 및 백신의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건수는 총 18건이다. 이 중 연구자 임상시험 이외에 상업적으로 가능한 제약기업 및 기관의 임상시험은 10건이다. 제넥신 등이 백신 2건을 개발 중이고, 치료제는 셀트리온이 1상을 시작했다. 신약재창출을 기반으로 자사가 보유한 신약 물질을 대상으로 신풍제약, 부광약품 등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한편,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내 기업이 자체 또는 해외 협력사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기업으로 일양약품이 러시아에서 3상, 셀트리온이 영국에서 1상, 엔지켐이 미국에서 임상 1상, 대웅제약이 인도에서 임상1상 등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바탕으로 백신의 상용화에 가시권에 있는 모더나, 화이자(&BioNTech),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선진국에 대응하여 WHO는 백신 민족주의(Vaccine Nationalism)를 막고 백신 공공재를 추진하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연계해 글로벌 백신공급체계(COVAX Facility)를 구축했다. 20억명분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공급을 통해 백신 공급 질서를 확립하는 데 노력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75개국이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 공조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20.07.14.)과 관련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통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확대, 레벨D 보호복, 마스크 등 방역물품 비축, K-방역 관련 치료제·백신 연구개발(R&D) 지원함에 따라 관련 분야 및 산업에 주목을 받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의 코로나19를 극복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의 안보 주권과 연계되고 전 인류에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인지될 수 있는 사례로 자국의 백신개발과 치료제 개발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고]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